우리 윷놀이의 기원…베링 해를 넘어간 우리의 고대문화

 

 

윷놀이는 수천 년을 넘게 전승된 한민족 고유의 놀이로

필자는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놀이를 알지 못합니다.

 

윷은 단 둘이서도 놀 수 있지만, 온 마을 사람이 편을 갈라서 놀 수도 있어서 인원수의

한을 받지 않는 자유자재의 놀이입니다.

 

윷놀이를 하기위해선 미리 준비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무토막(혹은 콩알) 2개를 절반을 가르면 윷이 되고, 땅바닥에 금을 그으면 말판이 되며,

흰돌 검은 돌 4개씩 고르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말판을 머릿속으로 그려 노는 안동 ‘건궁윷놀이’는 브레인스크린 훈련

 

한판 윷에 남녀노소 모두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신명이 어우러집니다.

서로 원하는 말이 나오길 소리치

고 기원하는 가운데 바로 긴장과 흥분의 분위기로 휩싸이게 됩니다.

 

안동지역에서는 동네 어린이들끼리

윷을 놀다 흥이 오르면 말판을 걷어 차버리고 모두가 머릿속으로 말판을 그려서 말을 놓으며

노는 ‘건궁윷놀이’라는 기가 막힌 놀이도 있습니다. 대단한 집중력이지요.

 

이 집중력이 윷 한판 내내 신명의 도가니 속에 이어집니다.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브레인스크린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놀림 손재주를 최고로 발휘하게 하고, 사회성 협동성을 길러줄 뿐만 아니나, 집

중력과 두뇌 훈련에도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이 건궁윷의 브레인스크린 훈련이란 논문을 쓴다면 아마 훌륭한 국학의 자원이 될 겁니다.

 

 

청동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암각화에서 발견되는 윷판

 

윷판은 특이하게도 암각화 형태로 전국적으로 발견됩니다.

보통은 산등성이에 있는 너럭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고인돌 바위에도 새겨지기도 하고 사찰의 주초석에도 있습니다.

 

남아있는 유물로 본다면 윷판의 제작 시기는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참으로 오래된 한민족 고유의 도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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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국학원에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석상에서 중국 암각화 및

골각(骨角)문자 연구의 권위자 유봉군(劉鳳君) 교수(중국 산동대학 미술고고연구소)에게

한국의 윷과 윷판 그리고 암각화 윷판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도 이런 놀이나 암각화가 있는지, 이와 유사한 도형이라도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중국 전역에 산재한 암각화와 고대의 골각화 골각문자를 샅샅이 조사한 전문연구자는 실망스럽게도

전혀 본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이렇게 재미있고 교훈적이고

유익한 놀이가, 한국에는 흔하디 흔한 윷판 도형이 왜 중국에는 전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그 기원을 추적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일이

지요. 사실 윷놀이는 중국 일본에도 없고 아시아 전역에도 유럽에도 없습니다.

 

윷놀이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전승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은 『환단고기』 중 <단군세기>

의 “10세 단군 노을이 재위하던 병오 16년(기원전 1933년) 동문 밖 십리의 육지에서 연꽃이 피어

나더니 질 줄 모르고 누워있던 돌이 절로 일어섰다. 천하(天河)에서 거북이가 그림을 지고 나타났

는데 바로 윷판과 같은 것이었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태백일사>의 마한세가를 보면

윷놀이는 대중에게 천부경(天符經)과 한역(桓易)을 쉽게 전

달하기 위해 고안된 놀이라고 합니다.

 

천부경은 한민족 고유의 경전이자 정신적 자산의 뿌리로

“하늘 땅 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 사상이 담긴 경전이고, 중국의 주역(周易)에 대칭하여 세상만

물의 변화와 이치를 담은 것이 바로 한역(桓易)입니다. 쉽고 흥겨운 놀이 속에 깊은 철학을 담아

오랫동안 전승한 선조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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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컬린 “한국의 윷놀이는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수많은 놀이의 원형(原形)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민속학자 스튜어트 컬린(1858∼1929)은

1895년에 저술한 대작 『한국의 놀이』(열화당)에서 “한국의 윷놀이는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수많은 놀이의 원형”이라고 했습니다.

 

인도의 힌두 게임인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은

십자형이 있는 윷판을 확장한 형태이며, 윷놀이에서 발전된 놀이가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 무사시(八道行成)라는 사실을 놀이 방식이나 판의 형상 등을 통해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대 점술에 기원을 둔 윷놀이는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도 담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1895년 무렵이란 시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미 신흥강대국으로 등장했고 조선은

멸망해가는 때이지요. 곳곳에서는 민란이 일어나고 일본이 운요오호 사건을 일으키며

서구 열강과 더불어 조선을 잠식해오던 시절입니다.

 

미국 상선 제네럴 셔먼호(號)가 조선의 군민(軍民)에 의해 불타버림으로써

처음으로 미국과 접촉한 1866

년부터 『조선의 놀이』가 출판된 1895년은 30년에 불과하고,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은 시기로부터는 10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기입니다.

 

컬린은 어떻게 우리의 민속놀이를 그렇게 자세하고 깊이 있게 분석

할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망해가는 극동의 작은 나라 조선에서 그것도 양반들에 의해

천민들의 놀이로 무시되던 윷놀이를 가지고 이렇게 극찬을 했던 것일까요?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북아메리카 30어족 130개 부족이 윷놀이 즐겨

 

한 가지 윷의 기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참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윷놀이는 사실 아시아에서는 그 유례가 없지만,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 사이에는

윷놀이 게임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북미의 30어족으로 분류되는 130개의 부족들이 즐기고 있고,

이 놀이가 존재하지 않은 지역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발음도 ‘윷’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기막힌 이야기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과 우리 민족 사이의 민속 문화의 유사성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득한 원시시대 우리의 일부 종족이 베링 해를 넘어간 것일까요? 아니면 콜롬부스나 코르테스보다

앞선 어느  시기에 우리의 선조들이 태평양을 건너가 인디언에게 윷놀이를 전해주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우리의 선조는 코르테스나 피사로처럼 황금을 빼앗는 약탈자가 아니라,

홍익인간의 이념을 가슴에 품은 평화와 문명을 가르쳐준 훌륭한 분들이라고 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윷놀이는 한민족의 특유한 손재간과 직관력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천부경과 역학의 수리철학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타인을 속이거나 남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도박적 요소보다는 남과 함께 대동상생

(大同相生)하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담고 있어 전 세계에 널리 펼 수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라 할 것입니다.

<출처=으라차차 코리아 1월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임채우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