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이렇게 수 십만 명의 사상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의 참사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슬픔을 남겼습니다.

겪어보지 않고는 가늠조차 힘든 충격에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38살의 임신부 안세는 일주일전 왼발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부위가 덧나 다리를 더 잘라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6개월 된 뱃속의 아기 때문에 처방을 받고도 항생제를 먹지 않았던 게 문제였습니다.
남편 조셉은 날카로운 반응을 보입니다.

[의사 : 절단해야 됩니다.]

[조셉/환자 남편 : 안돼요. 절대 안됩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안세의 표정은 밝아보입니다.
지진으로 아들과 딸을 잃은 충격때문에 두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세 : (아이들이 있어요?) 없어요. 뱃속에 있는 아이 한 명 밖에 없어요.]

열일곱살의 나타차도 어머니와, 여섯 형제를 잃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구호소를 전전하다 하나뿐인 딸마저 행방불명됐습니다.

그녀는 지금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도 알아보지 못하고 딸 아이도 같이 있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나타차 : (가족들은 어디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은 원래 없고요. 딸은 병원에 같이 있어요.]

이렇게 엄청난 재난의 공포 때문에 기억을 상실하거나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아이티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극한의 공포는 쉽게 극복되지 않습니다.
아이티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성급한 희망의 말보다는 지속적인 도움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영상취재 : 조정영, 주용진, 영상편집 : 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