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

 

구호품 약탈에 대책없는 치안
난민 폭도로 돌변굶주린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

 

경향신문 임영주 기자

 

지진으로 초토화된 아이티에 세계 각국에서 보낸 구호 인력과 물자가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구호활동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이티의 혼란 상황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물과 식량, 의약품 등 생존에 필요한 물자와 치료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치안도 불안해지자,

 '지옥'을 벗어나려는 주민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졌다.

물, 식량, 의약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죽음의 도시가 됐다.

 

구하기 어려워진 식량과 식수는 지진 이전보다 가격이 두 배로 치솟았다.

구호 물자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식량난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마실 물과 먹을 음식조차 구하기 힘들자 체계적이지 못한 구조 체계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난민들이 폭도로 돌변할 위험도 높다.

먹을거리를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도 빈번해졌다.

미군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식량 박스를 투하하자 이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 사람들이

칼을 휘두르며 다퉜다고 AFP 통신이 16일 전했다.

다투던 사람들 속에 있었던 헨리 옹쉐는 "굶주린 사람들이 갈수록 미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으로 가득찬 포르토프랭스의 한 운동장에서도 미 해군이 식량과 음료수를 전달하자

200여명이 서로 식품을 차지하게 위해 돌을 던지며 싸웠다.

가게를 약탈하는 폭도를 쫓기 위해 경찰이 허공에 총을 쐈지만 지진 전에도 약했던 치안력을 비웃듯,

폭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약탈을 계속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외국 구호 그룹들도 유엔의 보호하에서만 구호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포르토프랭스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행렬도 늘고 있다.

유엔 관계자는 "국경을 넘어 이웃국가인 도미니카로 가려고 하거나, 북쪽 시골 도시로 탈출하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이들은 버스나 트럭에 올라 타거나, 이조차 탈 형편이 안 되면 걸어서 도시를 떠나고 있다.

남편, 아들과 함께 포르토프랭스를 떠나기 위해

버스표를 산 탈루룸 세인트 필스는 "죽음의 냄새가 나는 이 도시가 아니라면 어디든 갈 것"이라며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이곳에서 내 아이가 짐승처럼 살도록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외버스들도 평소의 2배나 되는 승객들을 가득 태워 탈출을 돕고 있으나

연료 부족을 이유로 운임도 2배로 올렸다.

포르토프랭스 메인 공항에도 외국인과 국외 거주자의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민간 항공기 운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제로 아이티를 떠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미국에서 온 선교사 댄 게츠는 "아내와 아이들만이라도

미국으로 되돌려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임영주 기자 minerv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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