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다면, 신이 있다면" 절망의 아이티

 

아이티 주민들은 13일에도 쩍쩍 갈라진

도로 귀퉁이에서 밤을 새웠다. 언제 여진(餘震)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딱히 잘 곳도 없다. 갓난아이들도 야외에서 밤을 보냈다고 미 언론과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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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에서 놀란 시민들이 모여 울부짖고 있다.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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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7.0의 강진(强震)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돌무더기와 시체만 남았다.

CNN 방송의 현지 특파원은 “거리에는 온전히 남아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온통 시체와 울부짖는

주민뿐이다. 전쟁터가 이곳보다 차라리 낫다”고 전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곳곳에는 시신들이 비닐이나 담요에 덮인 채 길바닥에 쌓여 있다.

건물에 깔려 일부가 잘려나간 시신도 수두룩하다. 외신 기자들은 “시신을 옮길 수단도 없고,

안치할 병원 영안실도 무너져내렸다”며 “곳곳에서 시신이 썩고 있어 전염병이 창궐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르토프랭스 시내의 건물 잔해 밑에는

아직도 수만~수십만명에 달하는 부상자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기만 할 뿐, 구조할 엄두는 못 내고 있다. 장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포르토프랭스의 도로망은 완전히 무너졌다. 멀쩡한 트럭·굴착기가 남아있다 해도,

길이 없어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한 적십자 관계자는 “지진 후 3~4일이 지나면 구조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며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 중 상당수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UN의 아이티 특사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CNN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더 많은 헬리콥터가 필요하다”며 “(무너진) 빌딩에 하루빨리

구조반을 투입해서 생존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절망에 빠진 아이티 국민은 ‘신(God)’을 찾고 있다.

비야 크레올레 호텔에서 일하는 데르메네 두마 씨는 “가족 4명이 지진으로 죽었다”며

“이제 남은 것은 기도밖에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사람들이 첫날에는 비명만 질렀고, 이제는 멍한 얼굴로 노래만 불러요. ‘신이 있다면 도와달라’고.”

이들을 도와줄 ‘정부’도 사라졌다. 대통령궁 건물만 무너진 게 아니라, 정

부 시스템 자체가 와해했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3만명… 아니 5만명이 넘는 국민이 죽었다고

들었다”며 세계 각국의 원조를 요청했다.

 

이곳 정부 관계자들은 피해상황조차 집계를 못 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교도소가 무너져 수감자들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현지에 파견된 외신들은 “외국인들은 대부분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떠났다”며

“아이티 주민들 상당수도 도미니카 쪽으로 몰려가면서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은 평소 주식(主食)으로 사먹던 진흙과자(진흙에 물과 소금,

마가린을 섞어 말린 쿠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항상 배가 부른 효과가 있다)조차 구하지 못해 굶주리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은 대부분 붕괴된 상태다. 식수도 고갈 직전이다.

대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현지 AP통신의 조나단 M. 카츠는 이렇게 전했다.

“아이티는 원래 재난에 익숙한 나라였고, 가난했다. 주민들은 늘 배를 곯았고,

허리케인을 두려워하며 살았다. 이제는, 그나마도 다 박살났다. 불과 15~20분간의 지진으로. 

아마도 이번 지진은 아이티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