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대 위협은 EMP탄…공격땐 전기·통신 ‘먹통’<세계일보>
  • 입력 2011.03.07 (월) 18:44, 수정 2011.03.08 (화) 09:59
 
 
北, 전력열세 만회하려 3년 전부터 개발 박차
당국 “이미 상당한 수준”…軍 뾰족한 대책 없어 고심
  • ‘20××년 3월8일 오후 9시. 합동참모본부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북한 무수단리 발사대를 떠난 미사일은 금세 한반도 대전 상공에 도착해 섬광과 함께 탄두가 폭발했다. 그다음 천지는 조용해졌다. 북한의 전자기파(EMP)탄이었다. 폭발 수초 만에 군 정보망은 순식간에 먹통이 됐다.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고 서울 도심은 정전으로 암흑에 빠졌다. 전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서비스 시스템도 멈춰섰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반도가 문명 이전 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미래의 한 시점을 가상한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북한이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전파 공격에 나선 이후 전자전을 전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EMP탄이다.

    EMP는 강력한 전자기파가 지구 성층권이나 대기 중의 분자들을 분리시킨 뒤 한쪽으로 흐르게 해 엄청난 수의 전하들이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현상이다.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발생하거나 핵폭탄이 터질 경우 발생한다. EMP는 전기 공급선과 변압기를 비롯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을 일시에 마비시킨다. 발전소와 상하수도 등 사회기간시설 파괴로 극도의 사회 혼란이 빚어진다. 40㎞ 상공에서 대형 EMP탄이 터지면 반경 700㎞ 내 전기장치가 마비된다. 한반도 중심부에서 폭발하면 한반도 전체가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와 함께 EMP무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뒤처진 북한이 힘을 쏟는 비대칭 전력 강화 작업의 일환이다.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와 달리 EMP무기는 국제사회의 규제가 약하다. 대량 인명살상 없이 전기·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최첨단 무기 체계여서 윤리적 논란이 적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를 비집고 2008년부터 EMP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EMP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요 인프라가 북한이나 이란 같은 잠재적인 적들의 (EMP 공격) 위협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파키스탄 과학자들이 북한에서 EMP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창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7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EMP탄 개발 수준에 대해 “다른 무기 수준으로 봐서 상당한 수준이 아닐까 하고 가정한다”며 “(우리 군도) 전력화를 요구하면 전력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문제는 EMP 공격에 대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EMP탄은 사전 감지가 불가능한 데다 폭발 후 0.5∼100초 만에 수백∼수천㎞ 내의 모든 전자시설을 마비시킨다. 조준과 발사 등이 첨단 전자장비로 이뤄지는 현대 무기로 보복 공격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EMP 방호시설은 전파를 차단하는 구조물과 건물 외벽 보호시설,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전선 등으로 생긴 공간을 메우는 필터링 등 3단계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방호시설과 연결된 전산망과 전기선을 보호할 수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최근 군 관련 작전시설에는 EMP나 템페스트(전자기파를 이용한 도·감청) 공격에 대비한 차폐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