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매장량 앞세워 경제 이익·영향력 확대 노려… 공급 줄이면 세계경제 충격

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서 일본에 대해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Metal)

수출 금지' 움직임을 보인 것을 계기로 중국이 앞으로 자원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카, 신재생에너지 부품 같은 차세대 핵심 제품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주요 희소금속의 최대 보유국이다.

만일 중국이 희소금속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급등하거나 품귀 현상을 빚어 차세대 제품을 주력 산업으로 키우려는 나라들에

타격을 주게 된다. 중국의 '희소금속 무기화'는 앞으로 경제 영역에서 벗어나 국제 외교·안보 분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미 미국, 일본, EU 등은 희소금속을 전략 물자로 분류하면서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희소금속 무기화에 대응해

비축량 확대에 들어갔고, 지난 2002년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쇄했던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 채굴을 지난 4월 재개했다.

일본은 작년 7월부터 해외자원 확보, 대체재료 개발, 비축, 재활용 등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4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EU도 2008년부터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희토류, 안티몬, 코발트, 니오븀, 탄탈륨 등을 '전략 금속'으로 선정해 관리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도 희소금속 15종류를 선정, 비축에 나섰지만 확보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24일 본지가 입수한 기획재정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희소금속 적정 보유량(14만4030t)의 29.8%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소금속 부국(富國) 중국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희토산업발전정책'을 발표, 세계 희소금속 시장을 뒤흔들었다. 희토류에 2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하고,

 2015년까지 매년 연간 수출량을 3만5000t으로 제한했다.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희토류 광산기업을 설립하는 것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EU가 두 달 뒤인 작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를 했다"고 제소했지만,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희소금속의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희소금속 매장량과 생산량에서 압도적인 세계 최강이다.

희토류, 바나듐, 텅스텐, 비스무스, 인듐, 안티몬, 티타늄, 카드뮴 등의 매장량이 세계 1위이고, 희토류, 안티몬, 텅스텐, 인듐, 실리콘,

비스무스, 주석, 스트론튬 등은 생산량 1위다. 미국은 희토류 사용량의 7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EU와 일본,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희소금속을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18년 전에 희소금속을 자원 무기로 삼겠다고 예고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지난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

중국 남쪽 경제특구지역을 시찰하고 담화를 발표한 일)에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희소금속 가격 급등 우려

이번에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희소금속의 발톱'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희소금속 공급 중단이나

가격 인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국제적인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요국들이 하이브리드카 등 각종 첨단 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희소금속의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 말과 비교해 올 7월 안티모니는 132%, 망간은 82%, 마그네슘은 80%나 가격이 뛰었다.

희소금속은 첨단 무기 생산에도 필수적이어서 중국이 안보 목적으로 특정 국가에 희소금속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지난 4월 '무기 공급 사슬에서의 희토류'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희토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은 전략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970년대 '오일 쇼크'도 설마했지만 현실이 됐다"면서 "중국발(發) 희소금속 쇼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 희토류(Rare Earth Metal)

희소금속의 한 종류. 스칸듐(scandium), 이트륨(yttrium), 란탄(lanthanum) 계열 15원소를 합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이른다.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전기자동차 배터리, 액정표시화면(LCD), 풍력발전 모터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최근 중국이 수출 통제정책을 펼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무역 마찰을 빚고 있다.

희소금속(Rare Metal)

매장량이 매우 적거나, 매장량은 많아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광석 함유량이 적은 금속 중 현재 수요가 많거나

향후 새로운 수요가 예상되는 금속이다. 휴대전화, 전기자동차, 정보통신(IT)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에 필수적인 원료 광물들이

주로 이에 속한다. 작년 11월 지식경제부가 리튬ㆍ크롬ㆍ망간ㆍ인듐ㆍ희토류 등 10개 희소금속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