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스타일은 잊어라, 이제 한반도 전쟁은 ‘이라크戰’이다”
전쟁예비물자(WRSA-K) 철수와 미국의 ‘전쟁 개념’ 변화

그러나 변화한 부대, 줄어든 증원병력은 형성된 전선을 우회하거나 돌파해 적진 깊숙이 치고 들어가는 ‘종심작전’으로 주요 거점을 점령하고 지도부 무력화 등 북한군의 전쟁 수행능력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이라크전 당시 빠른 속도로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한 미 3사단의 전술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쉽게 말해 미국은 한반도 전쟁의 개념을 지구전인 6·25전쟁에서 고속기동전인 이라크전으로 바꿔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쟁의 최종 목표 역시 수정될 수밖에 없다. 평양-원산 이북의 ‘멸공선’, 압록강-두만강 인근의 ‘통일선’까지 밀고 올라간다는 기존의 목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사실 이러한 전쟁 개념의 변화는 대외적으로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 이미 암묵적으로 여러 곳에 반영되어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어떻게 전쟁을 수행할지를 규정한 작전계획의 변화다. 6·25전쟁 식의 전선전을 상정한 기존의 연합작계 5027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라크전 식의 종심작전 및 거점장악을 상정하는 것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가을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의 결정에 따라 기존의 작계를 수정한 작계5027-04가 바로 이 같은 변화를 대폭 반영한 결과물이다. 기존의 6단계 작전시행을 4단계로 간편화하고, 이전에 비해 공세작전으로 전환하는 시한을 축소하는가 하면, ‘공세적 방어전략’이라는 개념을 대폭 강화해 삽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전쟁 초반부터 압도적인 공중타격력과 정밀유도무기를 사용해 북한군의 전쟁수행능력을 무력화하고 조기 반격을 시도한다는 개념을 골자로 하는 작계5026도 구체화됐다.

이렇듯 변화한 양대 작전계획에 따라 변화된 한반도 전면전의 시나리오를 구성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신동아’ 2004년 7월호 210쪽 ‘자주국방 예산, 왜 제각각인가’ 참조).

북한군이 전면 남침하는 경우 먼저 휴전선 일대에 포진한 기간포대 및 620포병군단, 강동포병군단의 장사정포와 방사포로 집중포격을 감행할 것이다. 이러한 선제공격에는 서울과 군사령부 및 군사시설을 향한 포병군단의 장거리 포격과 남한 전역의 공항, 항만, C4I(전술지휘통제)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포함된다. 남쪽의 전쟁 의지를 약화하기 위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민간인 밀집지역에 집중포화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계5026의 1차 목적은 바로 이러한 북한군의 수도권 선제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유사시 전방지역의 장사정포를 정밀 공격해 수도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평양 수뇌부를 정밀 타격해 전쟁지휘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며, 첨단 공군력 및 미사일 전력을 이용해 핵 및 생화학무기, 미사일기지, 공군기지, 지휘소 및 통신시설을 순식간에 파괴해 북한의 전쟁능력을 조기에 마비시킨다는 내용이다.

미 2사단이 수행하는 대화력전, 즉 북한군 장사정포에 대한 대응작전에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공세적 대화력전’ 개념이 포함된 것 또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공세적 대화력전이란, 북한군 장사정포가 실제로 공격을 개시하지 않아도 인공위성과 레이더를 통해 분명한 공격징후가 포착되면 장사정포를 미리 공격해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북한군이 실제로 첫 발을 쏴야 대응할 수 있는 ‘방어적 대화력전’이 중심이었다.

새로운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

작계5026이 충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북한군은 대규모 포격이 끝나자마자 주요 축선(corridor)을 통해 1·2·4·5군단과 820전차군단, 806·815 기계화군단의 남하작전을 개시할 것이다. 남하가 시작되면 전쟁 발발 7시간 이내에 한국군 예비사단의 첫 증원부대가 전선에 도착한다. 그리고 72시간 내에 서부전선의 제3군 예하 3개 군단, 즉 1군단, 5군단, 6군단이 각각 3개 사단 편성에서 6개 사단 편성으로 두 배로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서부전선에서 총 18개 사단이 북한군의 전면 남침에 대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다.

한국군이 전면 남침하는 북한군을 휴전선 남쪽 20~30km선에서 저지하면, 그 사이 전시증원계획에 따라 미 3기갑군단이 투입되어 본격적인 반격전을 개시한다. 2004년 이후의 새로운 작전계획에서는 반격전의 핵심을 상륙작전과 공중강습작전을 통한 이라크전 식 우회 및 돌파에 두고 있다. 한반도의 종심이 짧은 데 비해 북한군 병력이 많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줄어든 증원병력으로는 방어선 일대에 집중하기보다 돌파를 통해 여러 곳에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까닭이다.

이러한 개념에 따라 작계5027-04는, 한미 연합해병대가 동서해안에 상륙해 제2전선을 구축하고 특전부대는 내륙지역에 침투하여 동시다발로 평양을 포위함으로써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는 작전진행을 상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른바 ‘공세적 방어전략’의 개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