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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백두산 폭발과 발해, 그리고 북한

최종편집 : 2013-04-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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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장수 대조영이 세운 나라 발해는 698년부터 926년까지 228년이나 유지됐던 나라다. 중국의 역대 왕조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짧지 않은 역사다. 한 때 해동성국이라 불리던 강성대국 발해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망했다. 발해에 대한 사료가 워낙 적어서 멸망의 이유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통설로 전해지는 것은 거란의 시조인 예리아포치가 발해를 공격한지 3일 만에 발해 왕 인선에게 항복을 받아내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한 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진 발해. 아무리 지도층이 부패하고 내부 분열이 심했다 해도 강성했던 나라가 이토록 쉽게 무너지다니... 그래서 학자들은 발해의 멸망에 또 다른 무엇인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년 전 일본 도호쿠대 연구소는 발해의 멸망이 백두산 화산 폭발 때문이라는 가설을 내놨다.
 
백두산에선 지난 9세기 ~ 10세기 사이 약 100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산 폭발이 두 차례나 있었다고 한다. 백두산 폭발은 지구 전체 온도를 1도나 상승시킬 정도의 큰 위력이 있었고,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는 구름이 몇일동안 하늘을 가렸다는 역사적 기록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폭발 시기가 발해가 멸망하는 즈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설이다.

지난 해에는 일본 화산학자가 '백두산이 20년 안에 분화할 확률이 99%'라고 예상했다. 분화 규모는 미국 세인트헬렌스산 분화와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니구치 히로미쓰 도호쿠대 명예교수는 백두산 분화 규모가 화산폭발지수(VEI) 4나 5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산폭발지수는 0부터 8까지 9단계가 있는데,
 
숫자가 1 올라갈 때마다 폭발력이 대체로 10배 커진다. 1980년 세인트헬렌스산 분화는 VEI 5였고, 2011년 아이슬란드 분화는 VEI 4였다. 백두산은 10세기에 VEI 6∼7의 거대 분화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다니구치 교수는 앞으로 일어날 백두산 분화의 규모가 10세기 당시보다는 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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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노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두산이 분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규모 8.0 이상 일본 대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와 핵실험 에너지는 단위가 다르다"며 "북한이 백두산 안에서 핵실험을 하더라도 지하 마그마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다르다.

지난 2006년과 2009년의 북한 핵실험 직후 백두산 지역의 헬륨가스 농도가 급증했다고 한다. 마그마 자체에서 헬륨가스가 배출된 것은 아니지만 암석 틈에 잡혀있던 헬륨가스가 배출됐다는 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하 10km에서 30km에 걸쳐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거대한 규모의 마그마가 끓고 있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핵폭발의 충격이 마그마 방을 건드렸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은 후지산이 분화 조짐을 보이자 열도 전체가 전전긍긍이다. 화산 폭발이 얼마나 엄청난 재앙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이 만일 분화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핵 실험이라는 인위적인 요인 때문이라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셈이다. 갑자기 발해의 멸망 원인에 새삼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