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권력의 역사(양장본 HardCover)
저자 외르크 뤼프케
출판사 알마 | 2011.12.30
정가 18,500판매가 16,650 원 ( 10% +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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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권력. 책 제목이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소유한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권력을 장악하려면 시간을 지배해야 한다는 해석도 된다.
예능프로 <런닝맨>에서 하하가 선보인 '시간을 거스리는 자'의 능력을 시청자 누구나 실감했다면,
이제 시간과 권력의 문제가 그리 생소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을 지배하려는 노력이 달력과 시계와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룩되었다면
이러한 시간지배의 기술은 권력의 체제에 복무하고 순응하는 이데올로기이자 정치적 수단인 셈이다.
 
간단히 말해서 과학과 권력의 문제는
오늘날 펜타곤이 왜 MIT의 과학연구를 지원하는가라는 맥락과 연계되어 있다.
고전문헌학자이자 비교종교학자인 외르크 뤼프케는 대략 2,500년 정도 되는 '달력의 문화사' 를 가지고
매우 디테일하게 시간과 권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무엇이든지 너무 파고들면 어려워지는 법인데 저자의 담론도 그런 단점을 보인다.
그래도 단지 달력이라는 대상만으로 책 한 권을 집필할 수 있는 저자의 인문학적 내공이 돋보인다.
다만 청나라와 일본의 사례는 나오지만 한국의 사례가 완전히 누락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달력은 한편으로는 태양의 운행과 지구의 자전이라는 자연스러운 주기를 고려해
우리가 주어진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인 도구이면서, 한편으로는 모두가 참여해 만든
문화적·사회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국역본의 책제목에는 '역사'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이는 다소 저자의 의도를 곡해한 셈이다.
 
원제의 부제는 '달력의 문화사'로 문화사적 측면을 강조할뿐 '달력의 역사' 혹은
기술로서의 달력의 역사는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달력의 역사는 타성과 단조로움,
실패한 개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달력의 형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큰 변동이 없는 인류의 발명품에 해당한다.
또한 저자는 '달력의 문화사'가 때때로 "달력 역사에서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의미하지만
이런 부분 자체도 자신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라고 한다. 저자가 의미하는 '달력의 문화사'는 
바로 "매체의 역사고 문학의 역사"를 가리킨다.
 
"이[달력의 문화사] 관점에는 실제행위와 시간 계산법을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아가 달력이 제공하는 개인적이거나 사회적 행위에 대한 방향성, 약속의 분명한 이행에 대한 강요에서
생기는 갈등 그리고 축제와 달력을 결정하는 배경에 숨겨진 권력구조를 찾는다는 사실에서
공통적인 요소가 나타난다. 달력은 추상적인 것도, 단순히 학문적인 것도 아니다. …(중략)…
 
달력은 하나의 매체고, 조용한 방에서 공적인 사건을 읽도록 하는 안내자이기도 하다.
또한 군중의 움직임과 머릿속의 이미지를 조종한다.결국 달력의 문화사는 매체의 역사고 문학의 역사다. "
(25-6쪽) 
 
저자는 달력이 단순히 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실은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고 사회문화를 통제하는 권력의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고대와 중세의 정신적인 지도자와 세속적인 권력자
그리고 근대의 지배자와 현대의 독재자들이 달력을 통제의 도구로 사용해온 다양한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가령 저자는 달력의 정치화를 논하면서
이를 '유명론적인 달력정치'와 '실재론적인 달력정치'로 구분한다. 
유명론적인 달력정치는 지배자가 달력의 이름만을 대상으로 정치적 개입을 한 경우를 말한다.
 
가령 칼리굴라는 자신의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 9월을 게르마니쿠스로 바꾸었다.
반면에 실재론적인 달력정치는 이름의 변화에 앞서서 실질적인 변화가 달력에 일어난 것이다.
가령 매년 반복적으로 거행되는 축제일의 성립과 소멸이 대표적이다.
자, 이처럼 달력의 역사가 곧 권력의 역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