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 부는 ‘상생(相生)' 관련 출판 열풍

 

21세기 문화의 최대 화두 상생       손현(sohnhyun) 기자  


인류 문명사에는 다양한 종교들이 줄곧 존재해 왔고,

지구촌이 실현된 지금 21세기에도 여러 종교가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고 있다.

 

지구촌에서 소위 깨어있다는 사람들 중에는

종교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나와 다른 신념이나 믿음’들이 반드시 나의 정체성과 가치를 부정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아는 것은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진리로의 지평도 확장,

심화시킬 수 있다는 자각의 발로일 것이다.

최근 기독교, 증산도, 불교 등 각 종파에서 출판하는 서적에 공통의 주제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단어는 몇 해 전부터 정치, 경제, 문화계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서로 교류가 어려웠던 ‘종교계’에서도 생활화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 화두가 바로 상생(相生)이다.

 

이젠 일상의 언어가 되어 자연스레 상생의 문화, 상생의 정치, 상생의 종교 심지어

상생의 신학(神學)이란 말까지 일상어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각 종교계에 출간된 ‘상생’과 관련한 서적들을 한번 훑어보면 이를 좀 더 극명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이 몇 해 전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틱낫한의 상생(相生)’(틱낫한 저. 미토스 출판)이란 책이다.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열여섯에 불가에 입문한 베트남 승려인 저자는 베트남전쟁 당시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쟁반대를 주도했다. 평화운동가로서 세계 영적 스승으로 존경받는 저자는 1980년대 초반 프랑스로 망명해

보르도 지방에 수행공동체인 자두마을(plum village)을 설립해 지금껏 운영해 오고 있다.

틱낫한 스님은 사람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수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내가 지닌 깨어난 에너지를 대중들과 함께 공유할 때 개개인과 사회의 내적 발전이 더욱 확장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서로 연결된 존재인 까닭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생존철학의 핵심이 바로 상생인 이유를 대변하는 것 같다.

이 상생철학의 최초 출발점인 강증산(姜甑山)의 종통맥을 이어받은 있는

증산도에서도 <상생의 문화를 여는 길>(안운산 저, 대원출판)이란 서적이 출판되었다.

 

저자인 증산도의 안운산(安雲山) 종도사는 임술(1922)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12세 때 2주 수련 중 3일 만에

큰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 후 강증산의 대업이 이어가는 것이 천명(天命)임을 알고, ‘갑을(甲乙)로 기두(起頭)하라’는

도수대로 갑인(1974), 을묘(1975)년에 기두하여 후천개벽을 여는 증산도를 오늘까지 개척해 온 최근까지의 기록이다.

 

sohnhyun_212553_1[284808].jpg

서점에서 판매 중인 각 종교계에서 출판된 '상생' 관련 서적들

 

주요 내용은 앞으로 다가오는 세상에는 상생으로 문명의 틀이 바뀌게 되어 있고

이 상생의 질서는 대자연의 이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으로 한마디로 천지의 큰 틀이 ‘개벽(開闢)’된다는 말이다.

이 책은 더불어 주역과 정역시대에는 지축이 어떤 변화를 겪으며 앞으로 다가올 후천시대에

한민족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지리(地理)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초미 관심사인 남북문제가 어떤 얼개로 짜일지,

큰 그림을 그려주고 있어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기독교에서도 상생을 바탕으로 한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상생의 신학(神學)>(박종천 저, 한국신학연구소)이란 책이다. 이 책은 출간된 지는 좀 됐지만,

저자가 분단의 극복과 새로운 한국의 신학의 수립이란 과제로 ‘상생의 신학’을 주장하는 점이 눈길이 간다.

‘상생의 신학’의 구성은 발표한 7개의 논문을 4개 주제와 하나의 보론(補論)으로 망라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단군신화의 상생이념에 대한 신학적 해석’이란 챕터를 두어,

상생신학의 방법과 원리로 한민족 고유한 신화해석을 적용한 점이다.

이 책은 저자도 언급했듯이 책의 중심적 은유(metaphor)인 상생을 ‘강증산의 사상’에서 원용했다는 점을 밝힌다.

그러면서 ‘상생의 신학’은 가부장적 중심이나 배타적 역사주의적 그리스도 중심이 아니라 보다

미래 개방적인 크게 하나 되어 중생을 구제하려는 ‘성령중심의 신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불교계에서 출판된 서적으로 <상생의 불교경영학>(이노우에 신이치 저, 이지북 출판)이다.

저자는 삶의 터전으로서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며, 모든 생명체가 동등하다는 상생적 입장을 견지한다.

 

이것이 21세기 진정한 지성인의 자세라고 한다. 이러한 상생의 철학은 나아가, 생태계적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환기시키며 그 종국의 시계가 멈출 시간이 바로 코앞이기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호소한다.

이제 21세기 생존의 화두는 ‘상생’이다.

그래서 신앙문화와 교리차이가 큰 종교계에서도 공통의 담론으로서 ‘상생’을 말하고 있다.

이는 각 종교가 그 외양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본래 면목의 가치는 보다 베풀고 나누며

서로 위하여 다함께 잘사는 개인, 사회를 만드는 ‘상생의 세상’이라는 뜻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마 ‘상생’은 모든 종교의 궁극적 가치이자 가장 근저에 깔린 바탕이 아닐까 싶다.

올 을유년 한해는 부디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알찬 구성원들이 ‘상생지심(相生之心)’으로 살아가는 해가 되기를

오랜만에 올려다 본 대보름달에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