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삼성시험(SSAT: 직무적성검사)… 암기 1등은 가라


입력 : 2014.04.15 05:36      

 

[問題: 토르·수퍼맨·
울버린·아이언맨 중 성격이 다른 영웅은?]

 

응시생들 "멘붕"
생각하기 따라 답이 여러개… 삼성측 "출제자 의도를 봐야"

 

현대차 그룹도 시험 개편
에세이式 역사 문제 출제… 삼성도 160문항 중 14개가 역사

 

-뽑고 싶은 인재像 변화
글로벌 시장 선도하려면 종합적 思考·창의성 있어야"

 

삼성의 신입사원 공채 직무적성검사(SSAT)가 끝난 지난 13일 인터넷에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광고직 SSAT에 출제된 '영웅(英雄) 문제' 때문이었다.

'토르·수퍼맨·울버린·아이언맨 중 성격이 다른 수퍼히어로는 누구인가.'

할리우드 영화 주인공들에 대한 문제다. 인터넷엔 온갖 창의적인 답이 등장했다.

 

"만화 원작사로 보면 수퍼맨. 혼자 DC코믹스 소속이고 나머지는 마블코믹스." "선천적 능력이 기준이면

아이언맨. 사고 이후 능력이 생겼지만 나머지는 타고난 능력." "비행(飛行) 여부로 따지면 혼자 못 나는 울버린.

나머지는 모두 날 수 있다." "활동 무대로 따지면 아스가르드 왕국의 토르. 나머지는 모두 지구에서 싸운다."

넷 모두 답이 될 수 있다는 네티즌들의 설전(舌戰)은 이튿날까지도 이어졌다.

2014년 삼성 SSAT 문제.
같은 날 인·적성검사(HMAT)를 치른 현대차그룹의 문제도 수험생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현대차는 작년 시험에선 '평면' 위주의 도식(圖式) 이해 테스트를 출제했지만,
 
올해는 이를 입체적인 '공간' 형태로 바꿨다. 수험생들은 "모의고사 문제집에서 열심히 풀었던 문제가
하나도 안 나왔다" "두 번 붙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도무지 자신이 없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국내 양대 그룹 입사 시험이 예년과 전혀 다른 유형으로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는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人材像)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의성, 역사 강조한 입사 시험

삼성은 일반직 SSAT에도 최근 화제가 된 영화 속 영웅들의 이름을 등장시킨 물리 문제를 냈다.
이 밖에도 'ㄱ ㄴ ㄷ, 아침 점심 저녁, 5월 6월 7월'과 같은 보기를 주고 성격이 다른 것을 고르라는 등
수험생의 트렌드에 대한 관심, 논리력·창의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다수 나왔다.

이번 SSAT는 삼성이 지난 1월 '전면 개편' 방침을 밝힌 이후 첫 시험이었다.
수험생이 10만명이나 몰린 대규모 공채(公採)에서 원하는 인재(人材)를 어떻게 선별해 낼 것인지에
대한 삼성의 고민이 반영됐다.
 
삼성 관계자는 화제가 된 영웅 문제에 대해 "SSAT 시험에 대한 답은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개가 나올 수 있지만, 최근 '어벤져스2' 서울 촬영 등 화제가 되는 최신 트렌드와 출제자가
원하는 의도를 잘 생각해본다면 답을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수험생들이 사전에 준비할 수 없도록 작년 인·적성검사에서 한 개 영역을 새롭게 바꿨고,
내년에도 어떤 영역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이 같은 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현대차 역사 에세이 문제.
두 그룹 모두 '역사(歷史)'를 중시한 것도 공통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사 에세이 문제를 냈다.
 
'세종 때 과거시험에 출제된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들이고 내치는 방법에 대한
본인의 답변' '역사 속 인물의 발명품 중 공학도의 자질과 연관 있는 발명품과 그 이유' 등이 나왔다.
삼성도 올해 SSAT 160개 문항 중 역사 분야에 14문제를 할당했다.
전체의 약 10%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비중이다.

새 시험은 달라진 인재상 반영

예년과 달라진 입사 시험 내용은 국내 기업이 뽑고 싶어 하는 인재상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기출 문제집을 열심히 풀면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성실성 테스트보다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변신해야 하는 한국 기업이 처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 박용기 인사팀장(전무)은
"단순 지식과 암기력에 기대 '정답 가려내기' 연습을 하는 지원자를 걸러내고,
오랜 독서와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가진 창의적인 인재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한성권 인사실장(부사장)은 "평소 책과
신문을 많이 읽고 가치관을 정립해온 지원자가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두 제조기업이 나란히 역사를 강조한 것도
'기술'만 아는 인재는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수록 자국 역사는 물론 세계사·철학 등을 두루 아는 인재가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간 ICT(정보통신기술)와 인문학적 소양을 고루 갖춘 융합형 인재를 강조해왔듯,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우수 인재 선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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