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출간 100주년에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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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어느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고조선관에 들른 적이 있었다.
개관 60년이 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라는 곳에 고조선관이 들어선 지 불과 1년여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씁쓸하였다.

 

필자를 서글프게 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고조선을 소개한 박물관의 안내문에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국가"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BCE 2333년에 건국되었다는 서술 바로 아래 줄에 BCE194년 위만조선으로 계승되었다고
쓰여 있을 뿐, 그 중간 역사 (BCE 2333-BCE194)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고조선사의 99%가 사라진 것이다.

위만조선이 고조선을 이어 받았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고조선의 한쪽 날개인 번조선의 준왕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 위만을 버젓이 고조선의 정통 왕위 계승자로 둔갑시켜 놓은 것이다.

 

이것은 중국과 일본이 조작한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우리 자신이 우리 역사에 가한 가장 큰 모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위만은 배은망덕의 표상이다.
한 고조 유방의 왕후인 여태후의 탄압을 피해 위만이 번조선으로 피신하자 준왕이 망명을 허락하고
국경 수비대장으로 임명하였건만, 위만은 오히려 몰래 군사력을 길러 왕검성을 습격하여
준왕을 몰아냈다.

 

그런 부도덕한 위만을 단군조선의 정통 계승자로 내세우는 것은 제 부모를 쫒아내고
안방을 차지한 강도를 성웅으로 대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디 위만조선뿐이랴. 철저히 뒤틀리고 일그러진 우리 역사는 언제나 바로잡힐 것인가!

 

2011년은 <환단고기>가 간행된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1911년은 동서양의 제국주의 세력이 한반도에 몰려와 패권을 다툰 끝에
조선 왕조가 망한 바로 다음해 있다.

 

나라를 잃고 온 백성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리 민족의 시원 역사인 환국-배달-고조선의
삼성조三聖祖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9천 년 한민족사를 총체적으로 드러낸 위대한 역사서가 출간된 것이다.

 

이는 한민족사의 진실을 백일하에

드러낸 일대 괘거이자 동북아와 인류의 창세 역사를 밝힌 기념비적인 대사건이었다.

 

당시 압록강을 넘나들며 독립운동을 하던 운초 계연수 선생이 한민족의 고대사를 밝히는 주옥같은
글들을 묶어 <환단고기>라는 한 권의 책을 간행하였다.

선생의 두 벗으로서 독립운동을 하던 홍범도, 오동진 장군이 사재를 털어 출판경비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시 인쇄된 초간본 30군 중 현재 이 땅에 남아 있는 책은 찾아 볼 수 없다.

계연수 선생의 제자 이유립이 한 권을 전수받아 간직하였으나 그마저 소실되고 말았다.
하지만 필자는 <환단고기>초간본이 언젠가 꼭 발견되리라 확신한다.

 

이유립의 제자 양종현이 최근 필자에게 '일부 북한 학자들도 그것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자신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런데 중화주의 사관과 식민주의 사관에 중독되고 실증주의 사관에 젖어 있는 이 땅의 강단사학자들은
이 책을 조선 백성들의 독립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든 위서로 매도한다.

 

혹자는 단순한 종교 서적으로 간주하며, 상고시대 종교교리서는 될지언정 역사서는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근대 역사학의 안목으로만 보면 <환단고기>의 진가를 결코 알아볼 수 없다.

 

이 땅의 주류 사학자들은 집터,무덤,그릇 등의 유물과 유적으로만 과거를 추척하는 고고학 중심의
근대 실증사학에 갇혀, <환단고기>가 전하는 인류 원형문화의 정신을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여기저기서 발굴됐다는 구석기와 신석기 유적지를 가보라.


물고기 잡고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서 동굴이나 움집에 사는 미개한 생활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그 시대 사람들이 누리던 지고한 정신문화와 신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으며 대자연과 하나 되어 살던
광명의 삶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류 사학계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운운하는 실증주의 사관에 중독되어
태고시대 인류가 누렸던 광명문화인 신교神敎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가<환단고기>라는 한문 역사책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2년이었다.
그날 밥상 위에 흰 종이를 깔고 책을 올려놓고는 밤을 새워 다 읽었다.

 

우리 문화와 역사의 본래 모습에 감동받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새벽녘에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모든 내용이 놀라웠지만, 특히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명괘하게 정의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시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필자 역시 실증주의 사관의 산물인 '구석기,신석기,로 시작되는
역사 교과서'에 세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단고기>를 접하면서 인류의 상고시대는 원시 미개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한마음으로
순수하게 살던 황금시대였음을 알게되었다.

 

그 후 이책을 늘 가까이 두고 마치 경문경문을 읽듯이 탐독하며, '동방 한민족사의 진실은 무엇인가?
<환단고기>가 말하려는 궁극의 역사정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였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환단고기>가 밝히고자 한 상고 역사와 문화의 진리 명제들을 확연히 깨닫게 되었다.


환단고기의 천지광명, 신교神敎, 삼신三神,삼신상제三神上帝,삼신일체三神一體,의 도道,
진선미眞善美의 출원처 등등, 비로소 <환단고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이 책을 풀어 널리 대중화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에 사무쳤다.

그동안 뜻인는 사람들이 20여 종의 <환단고기> 번역서를 내었다.

그러나 그들의 숱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환단고기>의 역사관을 정확하게 전하는 책은 찾아 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책이 중요한 대목에
오역을 보일 뿐 아니라 한민족 시원역사의 진실을 제되로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곳적 인류의 정신문화인 신교의 본질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환단고기> 출간 100주년을 맞아, 잃어버린 한민족의 뿌리 역사를 되찾고
인류 시원 문화의 참모습을 밝히기 위해 본 번역서를 내게 되었다.

 

어떤 이는 <환단고기>를 <한단고기>라 부른다.
이는 '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잘못이다.


환과 한은 다르다. '환'은 하늘의 광명 '단'은 땅의 광명 '한'은 인간 속의 광명을 뜻한다.

인간은 천지의 자녀인 까닭에 그 안에 하늘땅의 광명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인간의 내면에 휘감아 도는 무궁한 천지 광명, 그것이 바로 '한'이다.

나아가 '한'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정의이다.


인간은 그저 밥벌이나 하고 살다가 죽는 동물이 아니다.
하늘땅의 광명, 대자연의 성령이 깃든 천지의 열매이다. 그리하여 이 땅 위에 이상세계를
건설하라는 준엄한 '천지의 뜻'을 실현하는 역사적 주체이다.

 

'한'은 이처럼 인간을 위대한 역사적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은 천지 환단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역사의 주체이다.

 

본질은 동일할지라도, 환과 한은 분명히 서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호는 반드시 <환단고기>여야 한다.

 

그렇다면 <환단고기>는 과연 어떤 책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이 천지 광명을 직접 체험하며 살았던 창세 역사시대인 '환단시대 이래
한민족의 역사 이야기 책'이다.

 

지금은 하늘과 땅의 광명을 잊고 살아가는 어둠의 시대지만,
태고시대 인간의 일상생활과 문화 주제는 오직 광명 체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왜냐하면 그 때는 인간의 순수성이
오염되기 이전으로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하나된 생활을 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환단고기>는 인류의 상고 역사, 그 중에서도 고대 동북아 역사의 실체를 밝혀주는 고귀한 역사 경전이다.


수억 광년 떨어진 밤하늘의 별자리를 망원경으로 조망하듯, 이 한 권의 책으로 인류의 잊혀진
뿌리 역사를 시원스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환단고기>가 그저 역사 이야기만을 전하는 사서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흥미진진하게 펼져지는 동북아의 창세역사 이야기와 함께,


한민족이 9천 년 전부터 받들어 온 하늘 숭배의 실체인 상제上帝 신앙이 담겨있고,
동서의 종교와 철학, 역사학 등에서 제기해 온 여러 문제들에 대한 궁극의 해답이 들어 있다.

 

또한 천지 대자연의 법칙, 인간의 생성 원리, 성性과 명命의 존재원리, 진아眞我를 구현하는
신교의 수행 원리 등 진리의 한 소식이 들어 있다.


그래서<환단고기>는 한민족의 역사 경전이면서 동시에 종교 경전이요 문화경전이라 하겠다.

 

<환단고기>를 깊이 들여다보면, 밝을 환桓이 바로 하늘과 땅과 인간의 본성이고,
역사의 궁극 목적이란 것을 깨치게 된다. 만법귀일萬法歸一이란 말처럼, 역사의 모든 주재가
환이란 한 글자로 통한다.

 

천지가 열리기 전부터 우주는 오직 광명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 광명 속에 대자연과
인간을 낳는 궁극의 존재 근거로서 삼신이 있었다.


삼신은 무형의 신이고,그 삼신의 조화권을 그대로 쓰면서 이 우주를 다스리는 절대자 하나님은
따로 계신다. 그분을 우리 민족은 삼신상제님이라 불러왔다.

 

그리고 삼신의 자기 현현으로 하늘과 땅과 인간 세계가 열렸다.
다시 말해서 하늘과 땅과 인간은 삼신이 낳은 삼위일체적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천지인 삼위일체 속에서 찾을 수 있으며 삶의 목적도
그 속에서 온전히 성취할 수 있다.

 

본서를 읽어 나갈 때, 인류의 원형문화인 신교의 삼신 문화를 예리한 통찰력으로 읽는다면
인류 문화사에서 <환단고기>가 가지는 독보적인 가치를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환단고기> 원본이 나오고 그 내용이 오늘까지 전해진 것은 선인들의 혈심血心 덕분이다.
무엇보다 고려 말에 <단군세기>를 쓴 행촌 이암, 조선 숙종 때 <태백일사>를 쓴 일십당 이맥,
1911년 초간본 <환단고기>를 전수받아 1980년대 이후 남한에서 <환단고기>의 대중화에 기여한
한암당 이유립 등 고성 이씨 가문의 크나큰 공헌이 있었다.

 

인류사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겨
오늘날 한민족 9천 년 역사의 맥을 되찾을 수 있게 한 고성 이문李門에 고개 숙여 감사한다.

 

또한 <환단고기>의 편저자 계연수, 감수자 이기,출판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 홍범도와 오동진,
그리고 이유립과 그의 제자 양종현 등 모든 분들의 정력과 헌신을 다시 한번 뜨겁게 기린다.

 

<환단고기>가 여느 역사책과 같다면, 굳이 필자가 본서를 간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환단고기>에는 미래 세계의 비전과 문화 해석의 비밀코드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이 번역본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여전히 번역의 한계가 드러나는 신교문화의 미묘한 내용, 정리가 미진해 아직 소개하지 못하는
지구촌 현장 답사 사진가 자료들은 판을 거듭하며 보충할 것을 약속한다.


인류의 태고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밝혀주는 <환단고기>가 한민족의 역사서라는 울타리를 넘어
'인류 원형문화의 교과서'로 자리매김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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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9208년 신시개천 5908년 단군기원 4344년 서기 2011년 11월 

 

安 耕 田